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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모양으로 말아서 기름은 조금만 묻혀요. 많이 묻히면 안 돼요.”

11월 27일 오후 5시, 4평 남짓한 주방에서 밀가루를 기름에 튀기고 음식을 끓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미쇼(시흥시·33)씨는 밀가루를 반죽하고, 마리(시흥시·33)씨는 아리꼬(콩을 토마토 페이스트·후추 등의 향신료에 조린 아프리카 음식)가 골고루 잘 익도록 주걱으로 음식을 뒤적이고 있었다. 이들이 만든 아프리카 전통 음식은 식당을 가득 채운 29명에게 전달됐다.

에코팜므(Ecofemme)가 주최한 ‘아프리칸 데이(African Day)’ 행사가 11월 27일~28일 홍익대 정문 앞 막걸리바 ‘친친’에서 열렸다. 콩고에서 온 이주 여성들은 이 날 행사에서 직접 만든 아프리카 전통 음식과 도예작품을 선보였다.

에코팜므는 이주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자 작년 5월 30일 창립된 NGO 단체로, 현재 아프리카(콩고·라이베리아·아이보리코스트·카메룬), 방글라데시, 동남아시아(베트남·태국·중국 등)에서 온 이주 여성 약30명을 돕고 있다.

아프리칸 데이 바자회가 진행된 11월 27일 오후 3시, 영하 3℃까지 내려가는 날씨에도 친친 앞마당은 열댓명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은 나무로 만들어진 기린 모형과 기린 그림이 새겨진 접시를 구경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전통 문양이 새겨진 촛대, 컵, 도자기 등의 도예품도 기린 모형 옆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아프리카 전통 문양은 파란색·빨간색·주황색 원과 삼각형으로 사람 얼굴을 나타낸 것이었다. 한쪽 가판대에는 에코팜므 후원자들이 기증한 옷, 벨트, 신발 등이 진열돼 있었다.

아프리칸 데이는 콩고에서 온 이주 여성인 미쇼씨, 마리씨, 왈리씨(서울시 구로구·34)가 그린 그림과 도예작품, 직접 만든 음식들로 꾸며졌다. ‘이주 여성 작가양성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미쇼씨, 마리씨, 왈리씨는 이번 행사 바자회에 직접 만든 도예작품을 냈다. 미쇼씨와 마리씨는 아프리카 문양이 새겨진 컵, 주전자 등의 도예작품을 만들었고 왈리씨는 유화를 그렸다.

이주 여성 작가양성 프로젝트는 이주 여성들이 직접 만든 문화상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사회·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콩고 이주 여성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전문 화가에게 미술 교육을 받고 있다. 도예 컵을 만든 미쇼씨는 “전문 화가와 함께 한 달 정도에 걸쳐 이번 바자회에 전시된 컵을 만들었다”며 “작품 만드는 일이 즐거워 아프리칸 데이 행사를 재미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음식을 만드는 콩고 이주 여성

사람들이 친친 앞마당에서 열린 바자회에 참여하는 동안, 친친 안에서는 콩고 출신 이주 여성들이 직접 만든 아프리카 전통 음식을 선보였다. 이날 미쇼씨는 아프리카 전통 도넛츠인 ‘미까떼’를, 마리씨는 콩을 조려서 만든 음식인 아리꼬를 만들었다. 왈리씨는 조린 닭고기 요리인 ‘소소나 곰보’를 마련했다. 이들은 아프리카 전통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아프리칸 데이가 시작되기 1주일 전부터 음식메뉴를 짜 왔다.

 

아리꼬를 직접 만든 마리씨는 한국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음식을 소개해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마리씨는 “한국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막연히 먼 나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요리를 소개해줄 수 있어 스스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행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던 오후 6시 15분, ‘프레디와 친구들’ 그룹이 아프리카 전통악기인 젬베를 이용해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와 ‘잠보(Jambo)’를 연주했다. 이들은 흥겨운 젬베 소리에 맞춰 입으로 코끼리가 내는 소리와 같은 효과음을 내기도 했다. 공연을 지켜보던 사람들 약 34명은 어깨를 들썩이고 팔을 흔드는 등 이들의 연주에 몸을 맡겼다. 

아프리칸 데이에 참가한 윤혜란(서울시 마포구·41)씨는 “아침에 이주 여성을 돕는 행사가 열린다는 뉴스를 보고 좋은 행사인 것 같아 참여했다”며 “바자회에 아프리카 특유의 분위기가 풍기는 물품이 많아 신선했다”고 말했다.

아프리칸 데이 바자회에 진열돼 있는 기린 모형과 기린 그림이 새겨진 접시들

이번 아프리칸 데이에는 본교생 5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본교생 자원봉사자는 바자회에서 물건 파는 것을 돕고 친친 안에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서빙했다. 김다영(정외·09)씨는 “평소 이주 여성에 관심이 많아 아프리칸 데이 자원봉사를 지원했다”며 “이번 기회에 멀게만 느껴지던 아프리카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하얀(초교·07)씨는 “물건을 파는 봉사도 콩고에서 온 이주 여성들과 함께한 뜻깊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코팜므 박진숙 대표는 “에코팜므는 이주 여성들의 문화적 재능 발굴에 초점을 맞춘다”며 “콩고 출신 여성들이 필요한 미술재료와 활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프리칸 데이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에코팜므는 이번 달 말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하이파이브, 아프리카(Hi Five, Africa)’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아프리카의 5세 미만 영유아들을 살리고자 하는 캠페인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의 파워블로거맘들(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나누는 사이트)과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난민 여성들이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박진숙 대표는 “콩고 여성이 쓸 미술재료를 마련하고 콩고 아이들이 읽을 영어·불어 동화책을 사는 일에 아프리칸 데이 수익금 160만원을 쓸 예정”이라며 “앞으로 콩고 이주 여성들을 문화기획을 직접 할 수 있는 전문가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사임 기자 ssistory@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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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씨처럼 정치나 종교적 이유 등으로 한국에 망명 온 외국인은 1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자국에선 대부분 엘리트였지만 망명 후 참 힘든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실험이 '에코팜므'란 이름의 착한 기업(사회적 기업)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골목길에 자리 잡은 '에코팜므'에 가면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가 서로 보듬는 정겨운 간판이 우선 눈에 띈다. 5평 남짓한 이곳에는 아프리카 등의 풍경과 풍속이 담겨진 티셔츠며 머그잔, 휴대폰 고리, 가방들로 가득하다.

세네갈·라이베리아·방글라데시 등 7개국에서 온 20여명의 난민 여성들과 태국 등에서 온 결혼이주민 여성 10여명이 제품을 만들면, 이를 에코팜므가 판매해, 수익을 난민들과 나누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에코팜므 CEO 박진숙씨가 난민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중 지속가능한 이들의 자립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찾은 것이 바로 '착한 기업' 모델이었다.

박진숙씨는 "대부분 난민들이 언젠가 조국이 민주화되면 귀국하고 싶어하지만 한국인으로 쑥쑥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최소한의 교육이라도 시킬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찾고 싶어한다"면서 "우리 복지 시스템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모델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제작 기초부터 공부해야 했던 난민 여성들이지만, 이제는 작품성에서도 상당한 평가를 받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짬을 내 기술을 가르쳐 주는 재능기부자들 덕이다. 홈패션 사업을 하다 은퇴한 65세 할머니, 프리랜서로 일하는 20대 후반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등이 난민 여성들의 작품 제작을 지도해주고 있다.

마리씨는 "지난달엔 30만원을 벌었다"면서 "많은 난민 여성들의 꿈은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한국말을 하는 내 아이를 제대로 키워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 착한기업

수익 창출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 시장(市場) 원리로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려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시도다. 흔히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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